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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S/소설

슬러거: 열정의 불꽃

by usforall 2024. 7. 21.

온몸이 저리다. 하루 훈련을 마치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지다 못해서 하늘에 붕 뜨고 있는 것 같다. 체력훈련은 자신있지만 수비 훈련과 타격 훈련 사이클을 다 돌고나면 완전 녹초가 되어버린다. 그래도 몸은 힘들지만 정신은 더 또렸해진다. 에이스 ‘강진혁’을 마운드에서 만날 수 있다니. 힘든 훈련도 참을 수 있는 이유이다.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 때가 시작이었다.





“너 좋은 눈을 가지고 있구나.”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다. 누가 봐도 꼬장꼬장해 보이는 이 중년의 김독님 앞에서는 누구나 긴장을 하게 된다. 그런 빈틈이 없어보이는 그의 입에서 칭찬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감..사..합니다. 제가 연습을 방해했나요?“

“물론이지. 야구장에서 그렇게 한눈을 팔고 있다가는 크게 다친다.“

무서운 아우라가 풍기는 감독님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옅은 미소를 띄며 말씀하셨다.

”그나저나 그 공은 어떻게 잡은게냐? 평소 캐치볼이라도 하는 거야?“

“사실 제가 야구를 좋아하는데요. 제 친구가 성삼고의 ‘강진혁’이에요. 혹시 아시나요? 저는 진혁이와 붙었던 모든 선수들의 특징까지 다 조사했어요.“

야구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내 입에서 이야기가 술술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여기서 진혁이 이야긴 왜 한거야? 바보 같아’

감독님은 사람을 꿰뚫어보는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겉모습이나 사람의 능력, 감정까지도 다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감독님이 내 말은 듣지도 않으셨는지 딴 소리를 했다.

”그래. 팔 좀 이리 줘볼래? 그런 타구는 맨손으로는 절대 그렇게 잡을 수 없지. 선수들도 바람이 부는 날에는 끝까지 집중을 해야하니까.“

앞으로 내민 나의 오른팔을 슥 훑어본 후 감독님은 말을 이어가셨다.

”눈만 좋은 것이 아니구만. 팔도 훌륭해. 너 우리 훈련을 훔쳐본 죄로 우리팀에 들어와야겠다.“

”제가요? 그래도 될 지는 모르겠어요. 전력분석원이라면 또 모를까••••••. 선수라니 그건 좀.“

”충분해.“


“쳤습니다.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 여러분 정말 대단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날리는데요. 이 선수가 고작 야구를 시작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정국 해설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말 그렇습니다. 이타루 선수는 어디에 있다가 나왔는지 정말 훌륭한 선수입니다.”

“보통 장타력이 뛰어나면 컨택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타루 선수는 이 두가지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요. 위원님은 이 선수의 능력이 어디에서 왔다고 보십니까?”

“성삼고의 호랑이 감독님이 한 눈에 뽑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힘도 있고, 연구를 많이해서 야구 센스도 상당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봉황대기에서 큰 활약을 하다니 대단합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봉황대기 전국고교 야구대회를 중계하는 캐스터와 해설이 흥분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유력 우승 후보팀인 성삼고에서 2학년이 확실한 주전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입단 후에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노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을 만큼 자신있었다. 하지만 최고의 실력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성삼고와 명륜고, 명륜고와 성삼고의 맞대결. 3:3 동점 상황에서 벌써 8회초가 되었습니다. 이번이 승부를 결정지을 순간이 될 것 같은데요. 타석에는 이타루 선수 이번이 4번째 타석입니다. 볼 카운트는 1스트라이크 2볼. 뭐 하나 큰 것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은 카운트입니다.“

”이타루 선수는 워낙 힘이 좋기 때문에 오히려 힘을 빼고 정확하게 갖다 맞출 필요가 있어요. 긴장을 하면 오히려 배트 스피드가 안나옵니다.“

상대 투수가 포수의 사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젓고 있다. 내려쬐는 태양에 땀을 비오듯이 흘리고 있지만 투수는 아직 힘이 빠지지 않았다. 몇 번의 사인을 주고 받더니 투수가 세트업 포지션을 취한다.

‘직구, 슬라, 슬라였지? 자..이번엔 뭘로 승부를 할거야? 제발 빠른 공아 들어와라.’

투수는 투구 동작을 시작했다. 다리를 올리는 동시에 1루에 있던 발빠른 주자는 스타트를 끊었다. 사이드암에서 뿌려지는 뱀처럼 휘어져 들어오는 직구. 140km 중반의 빠른 공이 몸쪽으로 간다.

”와아아아!!“

우익수 쪽으로 가는 깊숙한 타구에 관중들이 함성을 질렀다. 성삼고 학생들은 하나된 목소리로 선수의 이름을 외쳤다.

“이로써 승부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성삼고의 이타루 선수의 타격에 힘입어 성삼고가 봉황대기 결승에 올라갑니다. 다음 대결은 바로 전국구 강속구 투수인 ‘강진혁’ 선수가 있는 대한고입니다.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아무래도 강진혁 선수가 있는 대한고가 유리합니다. 강진혁 선수의 공은 현역 프로선수들도 치기 어렵다고들 말하거든요. 볼끝이 아주 좋은 선수예요.“

”그래도 이타루 선수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은데요. 성삼고와 대한고, 대한고와 성삼고의 봉황대기 전국고교 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드디어 결승이다. 야구를 좋아하게 된 이유. ’강진혁‘을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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