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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S/소설

슬러거: 승리의 기운

by usforall 2024. 7. 21.


오늘은 드디어 진혁이와 만나는 날이다. 그것도 그라운드 안에서…경기 전 연습을 할 때 컨디션은 정말 좋았다. 가볍게 떨려오는 가슴이 오히려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느껴진다. 드디어 첫번째 타석에 들어선다.

‘오늘 나는 이긴다. 봉황기에서도. 진혁이에게도’

상대 투수의 공은 이미 분석이 끝난 뒤였다. 바깥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가 강점인 선발투수는 배터박스에서 베이스로 바짝 붙어서 바깥쪽 공을 노리면 쉽게 공략할 수 있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만 하면 된다.





“야! 공 안보냐? 오늘 왜이래!”

“집중! 집중!”

“괜찮아 괜찮아. 할 수 있어. 이타루!”

우리팀 덕아웃에서 팀원들이 하나 같이 소리를 지른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니 말은 저렇게 해도 다들 다급한 것 같다. 나에게 힘을 주려는 것인지 자신들에게 힘을 주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큰 소리가 메아리치며 내 귓속으로 들어온다. 이상하게도 오늘 타석에서 계산한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분명히 상대 투수의 성향은 파악이 됐다. 연습도 충분했고 컨디션도 좋았다. 히팅 포인트가 늦은 것도 아닌데 좀처럼 투수의 공을 맞출 수가 없다.

“정말 이상합니다. 오늘 이타루 선수의 몸에 무슨 이상이 있나요? 벌써 삼진이 연속 2개째입니다. 좀처럼 삼진은 당하지 않는 선수인데요.”

“맞습니다. 이타루 선수의 삼진은 특이하네요. 큰 경기에서 강했던 모습과는 달리 이번 경기에는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저럴 때는 눈 크게 치켜뜨고 존을 좀 좁혀서 칠 필요가 있어요.”

“볼 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1볼. 투수 와인드업. ••• 헛스윙. 또 삼진입니다. 이로써 3연속 삼진입니다. 결승전에서 에이스가 이렇게 힘을 못쓰면 감독이나 팀의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과 팀원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안타를 한 개만 쳤어도. 아니다. 진루타 혹은 출루만 했어도 스코어가 이렇게 까지 차이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조금있으면 졸업을 하게 되는 선배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차라리 감독님께서 교체를 해주시면 좋겠는데 차마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야, 이타루. 감독님 호출.”

클리닝 타임에 감독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드디어 올 것이 오는 것인가? 축쳐진 어깨를 하고 감독님께 다가갔다.

”이타루. 이미 다 알고 있겠지?“

”네. 감독님. 받아들이겠습니다. 아직 진혁이를 만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요.“

”그게 무슨 소리냐?“

”절 교체하실 생각이시죠? 오늘 제가 계속 타석에 선다면 우리 팀은 분명히 지고 말거예요.“

감독님께서 갑자기 말 없이 웃으신다. 긴장된 분위기로 우리의 대화에 집중하던 덕아웃에도 순간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퍼진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타루야. 내가 처음 너에게 야구를 시작하라고 한 이유를 알겠니? 난 그걸 물었던 거란다.”

순간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지 말문이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결승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순간에 과거 이야기라니? 감독님께서도 경기를 내려놓으신 것일까. 어떤 대답을 원하시는 지도,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가만히 있었다. 나의 대답을 길게 기다리지도 않고 감독님이 말을 이어갔다.

”너에겐 눈이 있다고 했었지. 거기다가 튼튼한 팔을 가졌어. 그것은 너의 재능이란다. 누구나 열심히해서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최고의 재능이 최고의 노력을 만날 때만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어.“

감독님의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몸에 힘이 쫙 빠지면서 마치 하루 훈련을 마친 듯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런 나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감독님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너의 능력을 믿어라. 1년 만에 이 자리에 오른 다는 것은 불가능해. 그런데 넌 그것을 재능과 노력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경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너를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돌이킬 수 없었다. 이제 남은 타석에 모두 올라가야한다. 감독님과 팀원들이 믿어주고 있지만 아직 스스로를 믿을 수 없었다. 정말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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