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스트라이크”
분명히 방금 전까지 매미 소리가 크게 들렸던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고요하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마저도 스산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하늘에는 얇게 깔린 구름이 무더운 태양을 가려준다.
깡!
”뛰어! 뛰어! 돌아! 가! 가!“
32도가 넘는 한 여름에도 계속 이어지는 야구 훈련. 우리 학교는 매년 전국대회 4강에 빛나는 야구부가 있다. 최근에는 2년 연속 전국대회 우승을 했으니 최강 야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사실 우리 학교가 매년 4강에 들었지만 번번히 좌절을 맛 보았던 이유가 있다. 바로 뒷문이 약하다는 것. 단기전 승부에서는 적은 점수차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있어야 하는데, 불펜이 약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 학교를 최강이 될 수 있게 해준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 바로 초등학교 때 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내 친구 ‘강진혁’. 원래도 잘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부터 확실히 에이스가 됐다.
“야, 이타루 왔냐? 오늘 내 공 어때? 죽이지?”
“음. 내가 보기엔 볼끝이 약해보이던데? 너 마지막 공 투심 아니었냐?”
“역시. 네 눈을 속이진 못하겠네. 사실 손톱이 좀 갈라져서. 그래도 남자라면 승부해야지.”
”그런데 진혁아, 넌 이번에 대한고에 갈거야? 감독님은 성삼고 추천하셨다며?
“그건 그렇지. 성삼고가 야구하기엔 시설도 좋고, 감독님도 평판도 좋더라. 그런데 난 내 힘으로 팀을 우승 시켜보고 싶어. 대한고에 가서 확실하게 에이스가 되어보려고•••.“
”그럼 우리도 이제 같은 학교에 다니는 건 얼마 안남았네. 아쉽다. 내가 네 전력분석원이 되어주고 싶었는데.“
”이때까지도 네가 많이 도와줬잖아. 타자와 상대할 때 내 습관까지 하나하나 다 체크 해준게 누군데 그래? 작년 대회 때도 네가 현대중 분석자료 줘서 마지막에 몸쪽 빠른 공으로 우승 한거잖아. 걱정하지마.“
”야 강진혁. 과연 네가 나 없이 잘할 수 있을까?”
우리는 웃었다. 웃음 소리는 매미의 소리처럼 곧 사라질 예정이었다. 우리가 함께 했던 야구는 이제 더이상 없다.
‘띵동댕동 띵동댕동’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예전처럼 운동장으로 나가서 연습을 지켜본다.
던지고, 치고, 달리고•••. 야구는 변한게 없는데 딱 하나 달라졌다. ‘강진혁’이 없다. 예전 같으면 구종과 구질도 기록하고, 약점도 파악했을 텐데. 고등학교에 와서는 그저 멍하니 연습을 지켜보기만 하게 된다.
깡!
멀리서 공이 빠르게 내 쪽으로 날아온다. 이 근처에서 잡히려나? 평범해 보이는 타구에 우익수가 미친 듯이 뛰어온다.
‘어. 어? 어!’
바람이 불어오면서 공이 더 뻗어간다. 선수들이 피하라고 소리친다.
‘이쪽인가? 맞겠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마치 캐치볼을 하듯이 날아오는 공을 무심코 잡아버렸다. 손에 감각이 없고 그냥 팔꿈치까지 지릿하게 저려온다. 금방 나에게 달려온 우익수.
“야 너 뭐야! 피하라는 말 못들었어? 잘못하면 크게 다친다고. 그나저나 괜찮냐?”
“죄..죄송합니다. 손은 괜찮••아••••요.“
말을 하면서 도망을 가버렸다. 괜히 얼쩡댔나? 나도 진혁이가 있는 대한고에 갔으면 좋았을 걸. 진혁이와 함께 만들어가던 야구가 벌써 그립다.
“야!!! 너!!! 거기서!!!”
익숙한 모습의 유니폼이 달려온다. 아까 그 우익수였다. 내가 도망을 가서 잡으러 왔나? 괜히 긴장이 된다.
”사람이 말을 하면 끝까지 들어야지. 먼저 가냐? 감독님께서 너 데리고 오래. 따라와.“
”제가요? 왜요?“
”잔말말고 따라오라면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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